아마도 바둑은 상징을 다루는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자유로운 게임일 것이다.
장기나 체스처럼 놓인 돌을 옮기거나, 놓인 돌을 움직이는 규칙도 없다.
대비자(대국자)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어느 자리나 돌을 놓을 수 있다.
바둑의 규칙에는 대표적으로 [착수금지], [착수해지], 그리고 [동형 반복 금지]가 있다.
글의 제목인 "규칙위반 금지"와 [ _금지 규칙]은 어떻게 다른가?
과연 어느 자리나 돌을 놓을 수 있는가?
분명히 바둑에는 '돌을 놓을 수 없는 또는 놓아서는 안되는' 자리가 있다.
그렇다면 돌을 놓을 수 없거나 놓아서는 안되는 자리는 규칙위반인가, 아니면 금지된 자리인가?
-> 자리가 [_규칙] 위반일 수 없다.-> 오직 대비자의 행위만이 [_규칙] 위반일 수 있다.
일반적으로 [_금지규칙]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, 착수의 금지와 선택의 자유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은 어떻게 해결하는가?
착수_금지를 자리(착수금지점)로 해석을 해야지, [착수금지_규칙]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류이다.
착수_금지가 [착수금지규칙]으로 소급 적용되는 것은 분명한 선결문제의 오류를 낳는다.
왜냐하면 [착수금지]의 규칙은 명령한다.
1. 따라서 대비자는 착수할 수 없다.
-> [_금지 규칙]을 수용한다.2.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비자는 착수할 수 있다.
-> [_금지 규칙]을 거부한다.3. 1.과 2.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모른 체하라.
-> 동시에 발생하는 모순_행위(수용과 거부)를 인식하지 않는다.-> 그러나 모른 체함으로써 벗어날 수 없다.
착수_금지인 자리에 돌을 놓으면, 바둑의 진행규칙을 위반한 것이다.
착수_금지가 규칙이라면, 그러한 자리에 돌을 놓을 가능성 자체가 없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착수_금지인 자리에 돌을 놓을 수 있다.
그리고 돌을 놓는다면, 대가는 아주 크다. (-> [규칙] 위반에 따른 반칙_패이다.)
이러한 사건은 수시로 벌어진다. (예: 불계패를 위한 돌놓음.)
의도적이건 아니건 '착수_금지'로 알려진 자리에 돌을 놓을 수 있다.그 자리에 돌을 놓는다면,
그것은 착수를 금지하는 자리에 돌을 놓았으므로 규칙위반이다.
만약 착수금지가 규칙이라면, 선택의 자유를 [_규칙]이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.
<- 여기서 선택은 바둑의 수순에 대한 것이 아니라, 돌을 놓는 자유 그 자체를 말한다.
이를 달리 표현하면 바탕(판)에는 [_규칙]으로 금지된 자리가 여럿 있고, [_규칙]이 어떤 자리에 대한 선택을 최소한 [_규칙]이 금지하는 자리를 제외한 그 밖의 자리에 놓음할 것을 대비자(대국자)에게 강제/강요하고 있는 것이다.
이것이 바둑의 자유로운 선택일까?
바둑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바둑이 너무 가벼운 게임이 아닐까?
우리는 바둑을 두면서 이와 같은 부담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.
이 말은 착수_금지를 [_규칙]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.
그저 자연스럽게 바둑의 흐름을 고민하면서 읽고, 그렇게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다.
비록 그 자리가 패배를 감수해야하는 [_규칙] 위반인 자리라 하더라도 말이다.
이와 같이 바둑에서 돌을 놓음하는 데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 거의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다.
규칙_위반에서부터 백년의 묘수에 이르기 까지...
이는 착수_금지인 자리임을 이미 읽어서 앎에도 불구하고, 그러한 자리에 돌을 놓기를 선택할 자유가 대비자에게 있다는 뜻이다.
-> 바둑에는 [_금지]인 규칙이 있어서는 안된다.--> 오직 어떤 [_규칙]이 있고, 그러한 [_규칙]에 대한 위반이 있을 뿐이다.
결코 강요, 강제, 외삽, 권위 등으로 발생하는 [_금지]가 규칙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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